스타트업·4분 읽기·2026년 4월 11일

상장 사라진 주식시장, '1만 3천 개 기업'은 왜 증시를 외면하나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던진 뼈아픈 질문, 사모펀드와 복잡한 규제에 갇힌 IPO 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people holding up signs during day

주식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과거라면 당연히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의 발판을 삼았을 유망한 기업들이 이제는 증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수장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이 현상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 내에서 상장하지 않은 1만 3천여 개의 기업을 향해 왜 증시라는 큰 바다로 나오지 않는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상장은 기업에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족쇄가 된 모양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사모펀드의 비대화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하고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이들은 기업이 증시에 상장해 감당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시 의무나 단기 실적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간섭을 덜 받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모펀드 품에 안기는 것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이러한 사모펀드 중심의 생태계가 공공 시장인 주식시장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나치게 복잡한 규제 또한 기업들의 상장 의지를 꺾는 주요 요인이다.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려면 매 분기 실적을 보고해야 하고, 수많은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투명성을 증명해야 한다. 회계 비용은 치솟고 경영의 자율성은 침해받는 상황에서, 굳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상장을 하면 주주들로부터 끊임없이 경영 간섭을 받는다'는 공포가 창업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불문율처럼 자리 잡은 상태다.

다이먼 회장의 지적은 단순히 투자은행가의 푸념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혈맥과 같다. 일반 투자자들이 유망한 기업의 성장에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막히면 자본의 흐름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상장 기업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투자 기회가 사모펀드나 거대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몸집을 불리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공공 자본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해법은 주식시장의 매력을 되찾는 것이다. 복잡한 규제를 간소화하고,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시장이 다시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성장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1만 3천 개의 기업이 다시 증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현재 우리 자본시장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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