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둥지 튼 K-스타트업, 고향에선 왜 투자를 못 받을까?
글로벌 공략 위해 미국 택한 스타트업들, 제도적 문턱에 막혀 국내 투자 유치에 난항

한국인이 창업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 본사를 둔 이른바 ‘역직구형 K-스타트업’들이 국내에서 성장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등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법인을 설립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정작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 단계에선 제도적 미비로 인해 소외받는 처지다.
현재 이러한 구조의 스타트업은 약 170여 개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이 미국 본사를 통해 유치한 투자금은 대부분 국내 연구개발(R&D) 센터 운영과 인재 채용에 투입된다. 즉, 해외에서 돈을 벌어 한국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력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이나 정부 지원 사업에서는 이들의 투자 실적이 벤처투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장 큰 이유는 행정 해석의 경직성이다. 한국 법체계 안에서 ‘국내 벤처투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해외 본사를 거친 자금은 이 기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의 법인 소재지가 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결정을 망설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기업들이 정작 국내 투자 생태계에서는 외부인 취급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등 기술 집약적 분야의 스타트업일수록 본사 위치보다는 투자 유치의 용이성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국내 투자 시장의 문턱이 높으면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사업의 중심축까지 해외로 옮겨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행정 시스템도 유연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사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형식적인 잣대보다는, 해당 자금이 국내 인재를 고용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실질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여부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을 향해 닻을 올린 한국 창업가들이 고국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제도적 걸림돌을 치우는 세심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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