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청춘의 얼굴, 김경은 작가가 마주한 한중일 조각의 미학
차가운 돌을 깎아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조각가들, 김경은 여행작가가 한중일 예술가들의 땀방울이 서린 조각 현장을 기록했다.

차가운 돌덩이 앞에서 매일 같이 먼지를 뒤집어쓰는 이들이 있다. 조각이라는 고된 길을 묵묵히 걷는 한중일 삼국의 청년 작가들이다. 김경은 여행작가는 자신의 연재물 '한중일 문화 엿보기' 스물여섯 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의 작업 현장을 조명했다. 조각은 인내의 예술이다. 망치 소리가 멈추지 않는 그들의 작업실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작가의 내면세계가 형상화되는 용광로와 같다.
한국의 젊은 조각가들은 전통적인 재료의 물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숙하다. 획일화된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형태를 찾는 과정은 지난하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돌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품과 작가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주한다. 중국의 조각가들 역시 거대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분투한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정을 쥐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일본의 조각 문화는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장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청년 작가 특유의 실험적인 감각이 더해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김경은 작가는 삼국의 조각가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물질을 대하는 태도'다. 단순히 사물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조각한다는 마음가짐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돌은 정직하다. 깎은 만큼 형태가 드러나고, 쏟은 시간만큼 깊이가 생긴다. 조각가들의 손은 거칠고 갈라져 있지만, 그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그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한중일 삼국을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조각 청년들은 오늘도 좁고 먼지 가득한 작업실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빚어내고 있다. 예술은 그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작가의 땀방울을 읽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번 조각가들과의 만남은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는 흔히 완성된 조각상을 보며 감탄한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수천 번의 망치질과 고뇌의 밤을 떠올리는 일은 드물다. 김경은 작가의 이번 기록은 예술가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조각이라는 묵직한 분야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차가운 석재가 따스한 온기를 가진 예술품으로 변모하는 그 경이로운 현장, 조각 청년들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견고하고 찬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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