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4분 읽기·2026년 4월 10일

혈우병 치료의 새로운 기준, '출혈 치료'에서 '예방'으로 나아가려면

박정아 인하대병원 교수, 혈우병 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경제적 지원 및 예방요법의 중요성 강조

Eunjin Baek

혈우병은 혈액 내 응고 인자가 부족해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잘 멈추지 않는 희귀 질환이다. 과거에는 출혈이 발생했을 때 부족한 응고 인자를 보충해주는 '사후 대처'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 출혈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응고 인자를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예방요법'을 표준 치료로 내세우고 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정아 교수는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이 바로 이 예방요법에 있다고 강조한다. 예방요법은 관절 내 반복적인 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장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꾸준한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혈우병 환자도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다. 관절 손상은 한 번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고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애가 오기 전 미리 막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다. 현재 혈우병 예방요법을 시행할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은 1회당 약 2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비용은 지속 가능한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박 교수는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주저하거나 중단하게 되면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며 치료 환경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도 반응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혈우병 환자의 경제적 문턱을 낮추기 위해 산정특례 본인부담금 인하를 검토하고, 치료 효과가 개선된 신약들이 빠르게 현장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약은 기존 치료제보다 투여 횟수를 줄이거나 효능을 높여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혈우병 치료는 단순히 출혈을 멈추는 단계를 넘어, 환자가 장애 없이 사회의 일원으로 온전히 기능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책적인 지원은 환자가 예방요법이라는 안전망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의학적 발전이 뒷받침되는 지금,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실질적인 정책적 배려와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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