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4분 읽기·2026년 4월 11일

치매 어르신 '동네 살기' 늘었지만, 사는 곳 따라 돌봄 온도 차 심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치매 돌봄 격차, 지역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이유

Werner Pfennig

최근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이 요양 시설에 들어가기보다 평소 살던 집과 익숙한 동네에서 여생을 보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낯선 환경에서의 단절보다는 정든 이웃과 소통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은 물론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어르신이 같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사는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치매 돌봄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에 눈에 띄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수도권처럼 병원과 치매안심센터가 촘촘하게 배치된 곳과 달리, 비수도권 지역은 조기 검진을 받으려 해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구가 적다 보니 돌봄을 도와줄 전문 인력이나 관련 시설이 부족해 체계적인 관리는커녕 기본적인 건강 체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인프라 격차는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에 조기 검진을 받지 못하거나, 꾸준한 치매 관리 프로그램을 접하지 못한 어르신들은 증상이 더 빠르게 악화할 위험이 크다. 결국,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병원과 요양원으로 떠밀려가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가족들 역시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며, 이른바 '돌봄 공백'으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국가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도시의 모델을 농촌에 그대로 이식하기보다는, 지역의 인구 특성과 이동 거리, 의료 자원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한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찾아가는 방문 진료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지역 보건소와 마을회관을 연계한 소규모 돌봄 거점을 늘리는 등 각 지역의 사정에 맞는 세밀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치매는 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익숙한 삶의 터전에서 온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사는 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치매 돌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자체가 지역사회 구석구석을 살피는 유연한 행정력이다. 치매 환자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사회, 그 시작은 우리가 사는 동네의 돌봄 격차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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