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두부 포장재 대란 현실화… 친환경 전환 정책의 사각지대
플라스틱 재생 원료 의무 사용 제도 시행 앞두고 업계 비상… 원자재 수급난과 비용 상승에 대응할 정책적 보완책 시급

식품 산업계가 포장재 공급망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식품 용기 재생 플라스틱 사용 의무화' 정책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생산 중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라면과 두부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품목의 포장 필름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책 목표인 친환경 전환과 산업 현장의 현실적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 포장재에 활용되는 고품질 재생 원료의 확보 가능 기간은 약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재생 원료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반면, 국내 재생 원료 공급망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은 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 시장까지 타진하고 있으나, 가격 급등과 물량 부족 현상이 맞물려 정상적인 제품 출고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자재 확보의 문제를 넘어, 자칫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식품 공급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식품 업계는 환경부의 재생 원료 사용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와 재처리 기술은 이러한 급격한 수요 증가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현장 관계자들은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검토 없이 의무 사용 비율부터 할당하는 방식은 업계에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우고, 결과적으로 제품 품질 저하나 포장 불량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의 포장재를 대체할 적절한 대안 기술이 현장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강제적 정책 시행은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친환경 포장 정책이 성과 위주의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재생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재생 플라스틱 생산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재활용 기술 R&D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 인센티브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재생 원료의 수입 경로를 다각화하고, 비상시에는 의무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책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 가치 실현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 기반 산업인 식품 제조업이 흔들린다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책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고, 민관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원료 공급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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