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4분 읽기·2026년 4월 11일

목이 따끔거려 병원 갔더니… 수십 년 전의 '그 기억'이 암을 불렀다?

단순한 목 통증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밝혀진 구인두암의 정체. 수십 년 전 감염된 HPV 바이러스가 오늘날 우리 몸을 위협하고 있다.

거열 박

특별한 감기 증상도 없는데 목이 자꾸 따끔거리고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단순히 피로 탓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최근 일상적인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구인두암 진단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인두암은 편도나 혀뿌리, 목구멍 뒷부분에 생기는 암으로, 초기에는 통증이 미미하거나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불편함이 느껴지는 정도에 그쳐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놀라운 점은 이 암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 다름 아닌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라는 사실이다. 흔히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HPV는 성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구강성교를 통해 입안 점막에 침투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반응하지만, 일부는 몸속에 잠복하며 긴 시간을 숨죽여 지낸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이 지난 뒤 세포의 변형을 일으켜 뒤늦게 암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과거의 감염이 현재의 암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지연된 폭탄'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인두암 환자가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성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HPV에 대한 낮은 경각심을 꼽는다. 많은 이들이 HPV를 특정 부위의 암과만 연관 지어 생각할 뿐, 입안에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 습관이 있다면 바이러스가 암으로 발전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구강 점막이 자극을 받아 약해진 틈을 타 바이러스가 더 활발하게 침투하고 병변을 키우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HPV 감염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상당수의 바이러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특정 유형의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목의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목 부근에서 만져지는 멍울, 목소리 변화가 나타난다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일수록 과거의 기억을 의학적 원인과 연결해 생각하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예방법은 존재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을 예방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어린 시절이나 성인이 되기 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의사와 상담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또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몸의 작은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수십 년 전의 과거가 오늘을 흔들지 않도록,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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